2014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업국제회의
(ICEBA :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Enhancing the Biodiversity in agriculture)

박도훈(자연유산부장)

ICEBA는?
아시아 몬순기후에 적응한 논 벼농사는 수 천 년 간 사람들에게 생존의 근거가 되었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유지와 뛰어난 경관을 형성해왔다. 반면 근대화·세계화의 시류 속에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지하는 ‘관행농’이 주류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논습지에서 자생하는 생물종의 감소 및 멸종위기의 가속화로 인한 생태계의 불안정성과 토양의 황폐화가 아시아의 공통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업국제회의’는 지구환경에 있어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논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논 생물다양성의 유지 및 향상에 관한 기능과 생물다양성을 제고하는 농법, 논 생물조사의 방법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고자 논농사를 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의 생물다양성을 향상을 도모하는 생산자, 농업단체, 지방지자체, NGO가 만나는 국제회의기구이다.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업국제회의’는 ‘한·중·일 환경창조형 벼농사 기술국제회의’와 ‘한일 논생물조사 교류회’ 등을 거쳐 2010년 토요카시(豊岡市), 2012년 사도시(佐渡市)에 이어 2014년 제3회 대회를 미야기현(宮城県) 오사키시(大崎市)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ICEBA 2014 (2014.12.6)
이번 ICEBA 2014는 아이쿱생협과 논습지네트워크의 참가단체 등 23명이 한국참가단으로 오사키 후루카와를 방문하였다.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총회(CBD COP12)가 올해 한국에서 개최되고 이번 회의에서 다루어진 농업분야의 생물다양성과 지금까지의 농업국제회의에서 논의된 검증된 기술과 정책 등을 기초로 ①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업기술 ②생물조사와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업기술에 대한 평가 ③생물다양성을 키우고 농업과 농촌을 지탱하는 지역 만들기의 3부문의 주제로 우리 삶과 주변 생물과의 공생과 발전적이고 실천적인 토론과 검토를 하기위해 열렸다.

본회의 내용정리

‘논에 생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 한 나츠하리 요시히로 박사는 기조강연에서 논생태의 다면적 기능을 말하고 반면 농업이 생태계로부터 받고 있는 서비스에 주목하였다.

농업 생태계 서비스
1. 미생물이나 토양 동물, 식물에 의한 질소 고정이나 토양의 형성
2. 곤충이나 새에 의한 송분(수분)
3. 천적에 의한 해충 방제
4. 곤충이나 새에 의한 제초
5. 삼림에 의한 수자원 함양

무엇보다 농촌은 식자재를 생산하는 곳이 아닌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는 곳이다. 논이나 농촌의 생태계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해도 지역을 지탱하는 역할을 발휘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세션 1의 보고는 지역 생산자들이 친환경 농업을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농약저감을 위한 종자개량과 친환경 농업의 다양한 실천 사례를 들기도 하지만 관행농의 쌀가격은 폭락하는 반면 생물다양성 농법과 유기농쌀은 관행농 대비 2배의 생산자 가격을 유지하며 지탱하고 있는 사례는 우리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미야기현 오사키시에서 전개하는 환경보전형농업 실천의 보고를 통해 기술적 과제를 공유하여 농약사용 횟수반감과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오누마시와 훗카이도에서도 모내기 후 논에 들어가지 않는 생물다양성 농법이 성공한 사례와 한국 홍성의 주정산 생산자, 중국 조아부 선생의 보고를 통해 생물다양성 농법의 기술적 포인트를 서로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국논습지네트워크 참가자와 함께>

세션 2에서는 생물조사와 생물다양성 농업기술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열렸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생산하는 작물은 누천년 이를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다 드디어 화학합성농약의 시대가 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가 다시 농업과 인간에게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그 반성으로 ‘종합유해생물관리’라는 개념이 생기고 단순히 유해한 생물과 그 천적들로 분류해 왔다. 논 생물은 5000종 이상이 정리되어 있다. 대부분 유익도 유해도 아니고 ‘그냥 벌레’, ‘그냥 생물’이다. 해충으로 알려진 종류들도 개체수가 적을 때는 그냥 벌레로 생각하면 유해 생물의 종류는 더 적어진다. ‘종합 유해생물 관리’에 양립하는 ‘종합 생물다양성 관리’가 제안되었다. 이를 어떻게 농업현장에서 구현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이다. 농업생물조사법과 평가, 생물다양성 농업기술의 관계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와 농업을 위한 합리적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ICEBA 국제회의에서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농업이란 무엇인가를 찾고자 많은 경험과 연구와 이론을 제시하였다. ‘친환경 농법’, ‘유기농’이라는 테마에서 ‘생물다양성 농법’으로 개념이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다. 인간을 기준으로 하여 인간의 생존환경을 유지한다는 명목의 ‘친환경’을 목적하였다면 이제 인간을 전제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인간을 만물의 중심으로 놓았더니 인간이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성찰은 현장에서 농업에 종사하며 생명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태양의 빛, 물, 기름진 토양이 있으면 충분하고 이것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세계최초 람사르 논습지 ‘가부쿠리누마’를 가다

2014 ICEBA(12월6일)가 열리기 하루전, 참가자들은 가부쿠리누마로 향했다. 이곳은 람사르 등록습지로 게조누마와 함께 오사키시를 대표하는 철새인 쇠기러기 약 7만 마리의 보금자리이다. 가부쿠리누마는 옛날엔 키타가미가와(北上川) 본류의 자연유수지로서 아주 큰 늪이었다. 후에 많은 부분이 농지로 개간되어 현재는 그 일부가 남아있다. 백년전 미야기현 북부의 세포크평야에는 40개의 늪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37개 늪에서 개간이 이루어져 그 중 31개의 늪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일본 국토지리원에 따르면 일본 전체에서 61%가 사라졌다고 한다. 미야기현에도 이미 92%의 습지가 소실되었다. 잃어버린 습지의 대부분은 논이 되었고 처음엔 무논(겨울 담수논)이 유지되었으나 점차 농지가 개량되어 대부분 마른 논이 되었다. 현재는 경작포기 논을 습지로 복원시키는 것과 휴경논에 연중 물을 대어 습지로 관리하며 수렁논은 겨울철에도 담수를 하는 관리를 실천하여 옛 가부쿠리누마로 되돌리기 위한 100년 계획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미야기현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가부쿠리누마 동편의 시라토리 지구는 1997년 논 50헥타르를 습지로 복원시켜 지금과 같이 수 만 마리 기러기들의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겨울철 무논을 유지하는 것이 철새의 서식지를 확대에 효과적임을 깨닫게 되고 최근에 쌀 브랜드 가치 제고로 많은 농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어 람사르조약 등록과 지금과 같은 우수한 생태를 가꾸게 되었다.  

잠시 담아온 영상을 감상해 보자.


<가부쿠리누마의 겨울 노을과 함께 늪으로 날아오는 쇠기러기 떼>

늪에 있는 쇠기러기는 일출에 일제히 날아올라 인근의 논습지와 들에서 지내다가 저녁 해질 무렵에 다시 늪으로 돌아온다. 노을을 배경으로 몇 만 마리의 쇠기러기가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르는 모습은 하늘을 다 덮을 정도로 새까맣다. 이 장면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늪을 찾아온다.

<낮시간에 논에서 쉬고 있는 고니>

<밤이 오면 늪으로 날아드는 기러기>

 <어두워지면 늪으로 찾아오는 새들로 장관을 이룬다>

일본 미야기현, 타지리쵸의 가부쿠리누마와 그 주변의 광대한 논습지로 면적이 약 150헥타르에 달한다. 누마(늪)라고 말하지만 갈대와 줄이 덮고 있는 습지를 개간하여 생긴 논에 둘러싸여 있다. 쇠기러기, 청둥오리, 고니는 낮에 논습지에 있으며 밤에 늪으로 돌아와 쉰다. 쇠기러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철새로 오사키시의 상징동물이다. 겨울이 되면 번식지의 시베리아로부터 일본으로 건너와 미야기현 북부나 이시카와현, 시마네현 등에서 월동한다. 일본 전체에 10만마리가 날아오지만 그중 9할은 미야기현의 습지에서 월동한다. 미야기현의 쇠기러기는 과거 최대 약 13만7천마리가 날아왔다고 한다. 1971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때, 수렵의 횡행으로 일본에 남은 쇠기러기는 센다이의 후쿠데초우에 있던 2000마리 뿐 이었다고 한다. 이 무리가 국도4호선 공사의 영향으로 이즈누마로 이동하여 이후 계속 이곳에 머물렀고, 가부쿠리누마에서는 1978년에 수백마리가 있었던 것으로 최초 확인되고 1996년에 미야기현 사냥우회가 수렵행위를 자제하게 되어 개체수가 급증하게 되었다. 가부쿠리에서는 많다고 느껴지지만 일본전체의 7할을 이곳에서 본다고 생각하면 많은 수라고 할 수 없다. 일본에 날아오는 쇠기러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971년에 비해 30배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고 한다. 번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개체수가 계속 줄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서식지가 늘어난 것도 아니지만 개체수는 늘었다는 것이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다. 

<쇠기러기의 이동경로 4,000km>

<오사카시의 쇠기러기 마스코트 카부>

쇠기러기는 인근 논습지에 심어진 벼나 보리를 훼손하기도 한다. 집단으로 날아들기 때문에 피해도 심각하다. 언제 날아들지도 몰라 지키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다. 쇠기러기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는 국가는 농작물 훼손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지만 미야기현 자치단체에서는 ‘농작물훼손보상조례(식해보상조례)’를 만들어 보상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곳의 쌀은 관행농쌀에 비해 2배 이상의 생산자 수매가를 책정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의 유기농 상황을 생각하자면 만족할만 하지 않을까싶다.

일본의 밥맛은 아주 좋다. 한국에 살고 계시는 일본인 환경활동가가 말씀으로 일본인은 ‘밥맛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품종은 ‘고시히카리’이고 전체의 70%라고 한다. 한국, 중국, 일본은 밥에 대한 애착이 많은 나라다. 1인당 쌀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직 한국이지만 90년대 초에 비해 약 절반으로 줄어 하락폭은 가장 크다. 갈수록 우리와 멀어지는 밥은 논습지의 현재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여의도 면적 약 200배의 논이 사라지고 약 1백만 명이 농사를 포기했다. 1인당 하루 밥 소비량은 고작 1.6공기이다. 쌀시장이 관세화로 전면 개방되고, 농업강국 미국, 중국과 FTA를 체결하였다. 나의 쌀소비가 식량주권을 지키고 내가 먹는 쌀이 논습지를 지킨다는 인식을 모두 갖게 되는 날이 오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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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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