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묘비석, 망우리공원으로 돌아오다


글 / 김수종 회원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지하에 잠자고 있던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두 번째 묘비가 지난 1일 오후 3시, 43년 만에 아차산 자락의 망우리공원으로 돌아왔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기부금과 증여를 통해 보존대상지를 매입하거나 확보해 보존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울시설공단 등의 노력으로 도산공원의 '도산 안창호 기념관' 지하에 보관되어 있던 옛 묘비가 망우리공원 '도산의 옛 묘터'로 귀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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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호 선생 다시 온 묘비 제막식
ⓒ 김수종



이 비는 지난 1973년 선생의 묘와 함께 도산공원으로 옮겨졌으며, 이후 부인 이혜련 여사와 합장으로 내역 추가, 한문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 비문을 쓴 이광수의 친일 행적 등의 문제로 2005년 11월 9일 선생의 탄신일에 새로운 비로 바꾸었다. 이로 인하여 옛 묘비는 기념관 지하에 보관돼 있었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사무국장은 "안창호 선생의 묘역이 망우리공원에 들어선 이유는 선생이 유언으로 묘터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도산은 자신보다 2년 먼저 눈을 감은 애제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상규의 묘 곁에 묻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상규 선생은 3·1 운동에 참여했고, 도산이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할 때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두 선생의 인연을 들은 사람들은 교육가, 정치가로만 알려진 안 선생의 인간적 면모를 알게 돼 감동 받곤 한다. 2005년 이후 10년 이상 기념관 지하에 보관돼 온 묘비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뒤 안 선생의 옛 묫자리로 43년 만에 돌아왔으니 서울시민과 자라나는 세대에 귀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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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공원 유상규의 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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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이 1938년 3월 10일 61세로 서거한 후 유언에 따라 망우리공원 유상규 묘역 곁에 장례를 치렀고, 암울한 시기라서 작은 묘비석만 세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옮겨온 두 번째 묘비는 1955년 도산기념회에서 만든 것이다. 


▲ 안창호 돌아온 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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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석은 오석(烏石. 검은 화강암)으로 높이 2.6m의 방부개석 방식으로, 뒷면 비문(비음기)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발간하는 기관지인 '독립신문사' 사장을 맡아 도산의 곁에서 일하기도 했던 춘원 이광수가 납북 전에 지어 놓은 것을 서예가 원곡 김기승이 썼으며, 앞면 비문(비양기)의 제자(題字)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썼다. 

앞면에는 한자로 '배우고 가르침에 끊임없이 애쓰시고 슬기와 큰 덕을 바로 세워 사심은 우리나라와 겨레를 위함이셨네. 바르고 사심 없이 사람을 대함에 봄바람 같고 일을 행하심에 가을 서릿발 같으셨네'라고 썼다. 뒷면에는 안 선생의 이력이 빼곡히 적혔다. 

도산공원의 묘비를 망우리공원으로 다시 옮기게 된 동기는 2014년 서울시의 요청으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추진한 '망우리공원 인문학의 길 연구용역'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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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호 묘비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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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용역은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 방정환, 이인성, 이중섭, 박인환, 조봉암, 김상용 등 근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애국지사들의 무덤을 통해 그들의 삶과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교육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망우리공원 연구서인<그와 나 사이를 걷다>의 저자 김영식 작가는 "'묘역 따라 역사여행'라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일반시민과 학생이 참여했다. 독립운동가로 너무나 알려진 도산 선생의 인간적인 면과 사제지간을 뛰어넘는 깊은 우정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도산공원에 보관된 옛 묘비라도 본래의 자리인 망우리공원으로 옮겨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이후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연구용역 보고에서 도산 선생의 묘비 이전에 대해 서울시와 시설관리공단에 제안했다. 2015년 7월, 흥사단과 도산기념사업회에도 적극 협조의사를 밝힘에 따라 묘비 재이전 행사가 성사된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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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 공원 연구자 김영식 작가 이번에 상주와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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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회를 본 김금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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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호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도산 안창호 묘비 이전 제막식 행사에는 도산이 독립운동을 하던 시기에 작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Auld lang syne' 버전의 애국가가 4절까지 울려 퍼졌고, 김영식 작가의 경과보고, 유족인사, 축사, 제막, 한철수 시인의 비문봉독, 잔 올리기 순으로 거행되었다. 행사장에는 안 선생의 조카사위 김봉성의 아들인 김선영씨, 서상목 도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윤배 흥사단 이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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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내셔널트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