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준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내성천

한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던 지난 2011년 7월 중순,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지율스님과 내셔널트러스트 조사단은 내성천 현장을 답사했다. 몇 차례 내성천을 방문했던 위원들도 계셨지만, 부끄럽게도 필자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름답고 조용하게 흐르는 모래강에 발을 담가 본 것역시 처음이었다.

 

필자의 감회와 달리, 지율스님을 비롯해 내성천 인근 지역주민이신 이현부 선생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강이 ‘예전의 그 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가 명승으로 지정한 회룡포에 이르러서야 그분들의 우려를 실감하게 됐다. 강물이 흐르고 있는 물길에는 깊은 모래 골짜기가 형성돼 있었다. 마치 평탄하던 모래밭이 꺼져버린 것처럼, 물길을 따라 1~2m 깊이로 침식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모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내성천과 회령포에서 평생을 살아가셨던 분들조차 이처럼 강이 황폐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 정도였다.

그리고 그해 7월 하순. 내셔널트러스트와 지율스님을 비롯한 내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파괴와 사회적 갈등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4대강 사업이 2단계 지천공사로 접어들면서, 내성천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성천 트러스트는 시민들의 기부와 모금을 통해 본래 강의 땅이었던 사유지를 확보하여, 다시 강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활동임을 밝혔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강인 내성천을 우리나라 자연하천의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이를 위해 4대강 사업과 같은 국책사업에서 보여주었던 대립과 갈등의 모습을 극복하고 환경단체 및 정부와 자치단체까지 참여 가능한 협력의 틀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모금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내성천의 변화가 멈추거나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그해 가을, 내셔널트러스트 회원들과 답사한 내성천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까지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강이 울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하던 강이 고통을 못 이기고 분노한 것처럼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맨발로 걷기 어려운 정도로 모래톱은 거칠어졌고, 모래가 깎여나간 자리에는 자갈층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여울소리조차 없었던 그 강이, 신음을 토해내며 흐르고 있었다.

그 원인은 내성천 하류, 낙동강 준설에 기인한 것이었다. 평균수심 6m 깊이로 준설로 낙동강 바닥이 낮아졌고, 그 낙차에 의해 물살이 빨라지면서 모래를 휩쓸고 갔기 때문이다. 내성천은 자기 살을 깎아 상처입은 낙동강을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을 품은 존재는 아픔이 있으면 그곳을 향해 내닫게 된다, 그게 바로 내성천이었고 자연의 모습이었다.


시민성금으로 내성천 범람원 매입

내성천 트러스트운동은 2011년 7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모금운동이 진행되었다. 1평 매입기금을 5만원으로 책정한 이 운동은, 실로 놀라운 속도로 모금액이 적립되기에 이르렀다. 지율스님은 내성천 현장에서 시민들과 강을 답사하면서 트러스트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셨다. 즉석에서 지갑을 꺼내 ‘땅 한평 사겠노라’ 현금을 건네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내성천을 직접 방문한 후, 가족 수만큼 한 평씩의 땅을 구입하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11월, 낙동강 준설로 인한 내성천의 훼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자치단체가 내성천 제방의 버드나무군락과 하중도의 식생을 무차별 벌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성천의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오래전 예고된 상태였다. 벌목은 예고된 자전거길 조성의 신호탄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미 포장된 제방도로만으로 훌륭한 자전거길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내셔널트러스트와 내성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동가들은 기존의 도로를 이용한 자전거 트레킹을 추진했다. 문제는 다수의 자전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내성천 일부구간을 확보하기 전, 모금된 금액을 사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허락하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을 페이스북에 털어놓자, 서울형 사회적기업 ‘두바퀴 희망자전거’를 소개해 주시면서 직접 부탁까지 해주시는 분도 만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두바퀴 희망자전거’의 후원으로 현재 내성천에서도 자전거 트레킹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월 29일 내성천 하천부지에 인접한 1차 매입지역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 예천군 개포면 신음리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내성천의 영역이었던 범람원 1,861㎡(564평)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지리적으로는 낙동강 합류지점인 삼강교 및 내성천 하류의 회룡포에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과수원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하천부지에 둘러싸여 장마시 상습침수가 일어나는 배후습지이기도 하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내성천과 인근 산림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향후 습지로 복원을 통해 하천생태계와 산림생태계의 교량적 역할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1차 매입대상지에 대한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600여명(2012년 1월 현재)에 이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셨고, 5천만 원이 넘는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최종잔금 지불을 완료하고, 현재 이전등기를 진행하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2차 매입을 위한 추가모금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확보한 자산을 관리하며 효과적으로 내성천을 보전을 실현할 현장성 확보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5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낸 성과임에 틀림없다. 시민들의 참여는 내성천이 지닌 생명력에 대한 응답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자기 살을 깎아 낙동강의 아픔을 치유하는 내성천처럼,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면 당연히 아픔이 있는 그곳을 향해 내닫을 것이다. 시민의 참여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행위임을, 내성천을 통해 반추해 본다.

 

  내성천 땅 한평 사기운동 참여하기 

계좌번호: 하나은행 274-910005-41404(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홈페이지 주소: www.naeseong.org

 

내셔널트러스트 회원가입 하기

http://www.nationaltrust.or.kr/member/sub_02.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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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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