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법으로 삼아 새것을 창조한다’라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한옥의 창신을 이야기 할 때, ‘한옥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은 좀 더 실증적으로 설명 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것은 귀한 것’이라는 감상만으로는 법고내지 온고(溫故)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창신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면,‘ 우리것은 좋은것’이라는 식의 주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일본과 베트남의 궁궐을 두루 보고 온 사람과 한국 궁궐의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한다면, 동아시아의 역사목조건축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과 함께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한옥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동아시아문화의 다른 목조건축을 의식하며, 동시에 한옥창신을 염두에 두면서, 한옥구법과 한옥공간을 중심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첫째, 구조형식과 상세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입니다. 한옥은 한국전통 목구조 방식으로 구축된 두터운 목조건축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옥은 한국의 전통적인 목구조방식을 기본으로 구축된 건축물입니다.

 

◀ 삼청 한옥 연의 선자서까래

 

한옥의 전통적인 목구조방식은 간(間)을기본단위로 구축됩니다. 한옥의 내부 공간 역시 간(間)의 구성방식을 바탕으로 조직됩니다. 한옥의 지붕형태 역시 목구조의 외연적 결과로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목구조방식은 '한옥'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한옥은 나무를 다듬어서 기둥을 세우고 보를 걸고, 그 위에 소로와 첨차, 도리와 서까래를 짜 맞추어 세운 집입니다. 맞춤부위의 단면 때문에 부재의 크기는 실제로 하중을 감당하는 부위에 비하여 그 크기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부재의 윤곽이 부드럽지만 힘이 있고, 부재의 단면이 크고 형상이 유연합니다. 한옥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처마선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처마선은 단순한 수평곡선이 아니라 다시 수직방향으로 휘어진 선입니다. 서까래 마구리의 끝점들의 궤적으로 그어진 선입니다. 단지 조형적인 의도도 만들어 낸 곡선이 아니라, 처마 모서리부분의 구법에 비롯된 곡선입니다. 선자서까래방식이나 말굽서까래 방식 등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기술체계가 처마의 윤곽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한편 흙은 기와지붕과 온돌바닥, 벽체에 매우 큰 비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한옥은 순수한 목조건축이 아닙니다. 흙은 기와지붕과 온돌바닥, 그리고 벽체에 매우 큰 비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지 마감재가 아니라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활달하지만 두터운 목조건축, 나무와 흙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얻어진 한옥의 조형입니다.

 

 ▲ 서백당(書百堂)의 안채

둘째, 한옥의 공간구성과 성격에 담겨있는 아름다움입니다. 한옥은 ‘온돌’과 ‘마루’와 ‘부엌’이 마당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기적 건축입니다.

‘온돌’과‘마루’라는구성단위는서로대조적인공간윤곽과성격을갖고있습니다.‘ 온돌’은방으로구획된 단위공간으로, 반자가있으며한지로마감된내밀한내부공간입니다.‘ 마루’는서까래가노출되어있고, 벽체도 목구조의 구성과 벽의 마감이 드러나 있으며, 마당을 향해 열려있는 외향적인 내부공간입니다. 한옥의 공간은 이처럼 성격이 대조적이며, 공간윤곽도 뚜렷하게 구별되는 온돌과 마루가 마당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온돌’과 ‘마루’는 공간윤곽과 성격을 결정할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생활양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바닥에 앉아서 생활합니다. 사랑방의 공간윤곽은 서안 위에 책을 놓고 읽고, 두루마기 그림을 펼쳐 보다가, 창턱에 기대어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것과 같은 생활방식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대청마루에서 제사를 드리거나, 모여 앉아서 크고 작은 상을 받아 식사하거나, 목침을 베고 낮잠을 자거나하는 공간이용방식 역시 마루의 공간윤곽과 밀접합니다. 한편 불을 사용하는 부엌은 ‘온돌’에서 비롯된 설비와 작업의 공간이지만, 매우 기능적인 단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단보다 낮게 흙바닥을 다지고, 상부에 마루를 깔고 다락을 들여서 수납공간으로 활용합니다. ‘온돌’과 ‘마루’가 이처럼 중층적으로 만나서 한옥의 단면을 기능적이면서 역동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서백당(書百堂)의 안채

 

그런데 이와 같이 대조적인 단위공간들을 한 몸체로 묶어주는 것은 집의 중심에 있는 안마당입니다. 이 안마당이 한옥 공간조직의 핵심입니다. 지역에 따라 닫힌 ㅁ자형한옥, 튼ㅁ자형한옥 등이 있는데, 집의 중심을 온전하게 비움으로써,‘온돌’과 ‘마루’의 단위공간이 서로특별한관계를가지며구성됩니다. 온돌과 마루와 온돌이 안마당을 향해 나란히 놓이거나, 온돌과 마루가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놓이기도 합니다. 한편 ㅁ자형의 외곽에 남겨진 바깥마당은 중심의 안마당과 조응하면서, 온돌과 마루의 내부공간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바람과 풍경이 안팎으로 교통하면서 한옥의 내부와 외부는 입체적이며 풍부한 형식으로 완성됩니다. 이와 같은 공간구성방식이 한옥의 아름다움의 바탕입니다.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입니다.

구축방식과 공간조직은 건축의 기본작법입니다. 한옥구법과 한옥공간의 형식에 대한 이해와 감상으로부터 ‘한옥의 아름다움’이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으면서 ’한옥창신에 이를 수 있습니다.

 

글 : 송인호 |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서울학연구소장 

- 이 글은 2009년, 내셔널트러스트 매거진 12호 "우리시대의 한옥"을 통해 소개되었던 글입니다.

 

여기서 잠깐! 한옥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제1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해외한옥전 - 한옥(The First Overseas Hanok Exhibition of the National Trust of Korea : Stepping into Hanok for the New Millennium) 도록

이 책은 2008년에 진행된 '제1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해외한옥전 : 한옥(The First Overseas Hanok Exhibition of the National Trust of Korea : Stepping into Hanok for the New Millennium)'의 도록으로, 해외한옥전은 외국인들과 해외동포들에게 우리 한옥의 우수성과 친환경성을 알리고자 미국의 LA, 뉴욕, 워싱턴DC를 순회하며 진행되었습니다.

 

본 도록은 다양한 한옥 사진과 함께, 본문은 한글과 영문이 같이 실려있습니다. 전문용어가 많은 한옥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 용어해설(Glossary)을 덧붙였으며, 한옥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만든 것이므로 한옥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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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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