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매화마름 논.

봄에 심었던 ‘모’가 자라서 ‘나락’이 영급니다. 

시민들의 참여로 한모 한모 정성껏 심었던 모가 어느덧 결실을 보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과 봄은 매화마름이 논의 주인이지만 여름과 가을은 벼가 논의 주인입니다.

여느 논과 달리 매화마름논은 벼농사를 조금 늦게 시작합니다. 5월까지 매화마름의 씨뿌림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6월이 되어서야 모내기를 하지요. 그리고 8월말~9월초에 벼꽃이 핍니다. 

벼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지역과 품종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개 꽃들이 피는 시간은 열흘 이내입니다. 보통 꽃들은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온갖 곤충들을 유혹하며 피어있지만, 벼꽃은 단 하루만 핍니다. 그리고 잘 눈에 띠지도 않게 작아서 본 사람이 드물 것입니다. 볏대에서 이삭이 출수(出穗)되면 벼껍질 속에 암술이 있고 흰 수술만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자가수분(제꽃받이)를 하여 수정이 이루어지고 다시 벼 껍질은 닫힌 모습으로 영글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먹는 쌀 한톨한톨이 하나하나의 벼꽃이 피고 지면서 만들어집니다. 

수로에서 장대처럼 자랐던 부들과 줄, 갈대가 바람의 흔적을 남기고 쓰러져있습니다. 

올해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가뭄으로 속을 태우더니 얼마 전까지 태풍 ‘곤파스’. ‘볼라벤’, ‘산바’가 연이어 찾아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몇 년동안 멀쩡하던 옆 논의 간이화장실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고 실험장 하우스에 드리운 차광막도 바람에 찢겨 너풀대는 모습이 여름의 상처로 남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쓰러진 벼는 없는 것 같습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 농부들의 정성으로 야무지게 영글어가고 있습니다. 


가을로 접어드니 논에 사는 거미와 곤충들의 덩치가 제법 커졌습니다.

왕사마귀는 봄에 보던 크기가 아닙니다. 일곱 번 허물을 벗는다고 했는데 이젠 아무나 쉽게 건드리기 힘들 정도로 풍채도 좋고 힘이 세졌습니다. 곧 짝을 찾아 알을 낳을 것이고 겨울을 지낸 그 알에서 또 앙증맞은 아기 사마귀가 태어나겠지요. 

메뚜기는 짝을 찾았나 봅니다. 

논 한가운데부터 논둑까지 흐드러지게 핀 고마리꽃이 특히 눈에 띱니다. 이렇게 끝이 분홍인 흰색 고마리꽃도 있고

반대로 끝이 흰색인 분홍 고마리꽃도 있습니다. 고마리꽃은 습지에서 주로 살면서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방패모양의 잎에는 점이 얼룩져 있고 줄기에는 갈고리같은 털이 있습니다. 지혈제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노란색 싱싱한 자태의 이 꽃은 무얼까요?

왕고들빼기의 꽃입니다. 우리가 반찬으로 뿌리째 즐겨먹는 고들빼기보다 많이 크지만 큰 잎으로 쌈을 싸먹기가 좋습니다. 9월의 논 주변에 여기저기 화사하게 피어있습니다.   

5월의 논둑길을 노랗게 밝혀주던 꽃창포의 씨앗이 여물었습니다. 꽉 찬 알이 대견합니다. 내년 5월이면 매화마름과 함께 향기로운 봄을 장식하겠지요.

매화마름논의 9월. 일년의 흐름을 단면처럼 잘라 보여 드리지만 역시 그 속엔 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 때에 피는 꽃과 열매들, 제 때에 부는 바람과 비,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지냈던 시련을 끝으로 가장 성숙한 완성을 보이는 시기가 9월의 자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벼에 꽃이 있는지 모르셨다고요? 세상에 꽃 없이 열린다는 ‘무화과’라는 열매(실은 열매가 아니라 꽃을 과일로 먹습니다)도 있다지만 세상에 쌀이 어디 거져 생긴다고 생각하셨나요? 과정없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단 하루만 피는 벼꽃이지만 그런 과정이 있어야 나락이 되고 쌀이 됩니다. 언젠가 시기에 맞게 논에 오신다면 벼꽃을 꼭 관심있게 찾아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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