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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4 임진강 율무 두루미가 다시 왔습니다

해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DMZ일원에 월동하기 위해 보금자리를 찾는 두루미는 400여 마리에 이릅니다. 멸종위기종 1급 두루미와 멸종위기종 2급 재두루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루미들은 왜 1600Km를 날아 연천에 오는 것일까요? 또 와서는 무얼 먹고 겨울을 날까요? 1년 중 7개월은 겨울인 시베리아에서 두루미가 5개월 동안 새끼를 기르고 가르치고 새끼가 하늘을 날아다닐 쯤, 시베리아는 혹독한 겨울이 오기 시작 합니다.

 

영하 40를 넘나드는 추위와 얼어버린 땅에서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되면 동토의 땅을 떠나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한 남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연천 중면 횡산리 임진강 망제여울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리고 지친 몸을 추스립니다. 1600km를 날아오면서 소비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동물성 먹이인 작은 물고기와 다슬기 먹습니다. 그러나 주된 먹이는 탄수화물인 낙곡입니다. 율무와 벼 낙곡은 두루미들의 가장 주요한 에너지 공급원입니다.

 

임진강 민통선내 망제여울(구 빙애여울)

 

유조에게 여울에서 동물성 먹이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두루미부부

 

하지만 두루미들의 겨울나기가 최근 들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율무와 벼 낙곡의 부족입니다. 추수가 끝나면 볏짚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커다란 마시멜로 같이 생긴 '볏짚 곤포 사일리지'가 온 논에 널려 있습니다. 축산 농가의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볏짚을 곤포사일리지로 만들어 한 개에 5만 원에 판매됩니다. 이렇게 볏짚을 거둬가게 되면 두루미가 먹는 낙곡이 많이 줄어듭니다.

 

곤포사일리지 만들기 전 볏짚을 말아놓은 모습

 

볏짚을 수거하지 않은 논과 수거한 논

 

1990년대 이전에는 농부들이 추수가 끝나면 볏짚을 그대로 깔아놓고 이듬해 농사를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두루미들은 수천 년 동안 그런 농업 환경에 적응해 낙곡을 먹어가며 연천에서 겨울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식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DMZ일원에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곳곳에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논과 밭은 인삼밭으로 변해가면서 두루미는 먹이터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연천군 중면 횡산리 DMZ일원의 인삼밭

 

율무두루미 400여마리가 매년 겨울에 도래하는, 연천군 중면 횡산리 일원은 임진강 최상류에 DMZ일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2개의 여울과 여울 주변에 자리한 10만여평의 논과, 산간에 율무 밭이 넓게 산재해 있습니다. 넓은 논과 수백만평의 밭 두루미들이 한 겨울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볏짚은 가축 사료용으로 수거해가고 율무는 연작을 할 수 없어 해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해거리 때문에 율무농사를 짓지 않고 콩을 지은 밭에 율무두루미가 찾아왔습니다. 율무두루미들은 전년도의 기억을 가지고 율무밭을 찾아왔지만 보이는 것은 콩 타작을 하고 남은 부스러기뿐입니다.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묵정밭까지 걸어 올라가 보지만 잡풀뿐입니다. 사정은 이 곳 뿐만 아닙니다. 횡산리 이곳저곳 콩밭만 가득합니다.

 

2015년 10월 경작한 율무밭

2016년 경작하지 않은 율무밭

 

환경부는 지난 2002년부터 겨울 철새의 먹이 확보를 위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논에 볏짚을 그대로 두게 하고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볏짚존치'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연천은 2013년부터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임진강 일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민통선내에 자리하고 있는 두루미 먹이터인 횡산리 10만평의 논은 축산농가가 곤포사일리지를 만들기 위해 논 소유자와 관리계약을 체결해서 두루미들의 먹이터인 횡산리에서 볏짚존치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두루미들은 배고픔에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농가의 볏짚 수거가 계속 확산될 경우 겨울 철새의 먹이 확보는 심각한 위기에 놓일 수 있습니다.

겨울 철새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두루미는 하루 약400g(4000립중)율무낙곡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00마리의 두루미가 율무낙곡400g을 먹을 경우 하루 160kg의 율무낙곡이 필요합니다.

 

두루미의 월동 기간인 10월말부터 이듬해 3월 하순까지 5, 150일을 생각해보면 약24톤의 율무와 낙곡이 필요한 셈입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와 연천군청에서 5개월간 두루미 먹이로 뿌려주는 4톤의 먹이와 '볏짚존치' 사업은 그야말로 '푸른바다속의 좁쌀'에 불과합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그나마 같이가치와 한 땀 한 땀 보태주신 여러분들의 정성이 두루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장정의 길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연천 율무두루미를 위한 땅 한 평 사기에도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습니다.

 

201710월말 연천군 중면 임진강 최상류 망제여울에 두루미들이 유조를 데리고 돌아오게 하여 새로이 난 유조와 그들의 형제자매, 부모와 함께 임진강가에서 자유로운 삶은 가질 때, 두루미가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 문화적 풍요로움은 더욱 커져 갈 것입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DMZ 위원회 백승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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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내셔널트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