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DMZ일원에 월동하기 위해 보금자리를 찾는 두루미는 400여 마리에 이릅니다. 멸종위기종 1급 두루미와 멸종위기종 2급 재두루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루미들은 왜 1600Km를 날아 연천에 오는 것일까요? 또 와서는 무얼 먹고 겨울을 날까요? 1년 중 7개월은 겨울인 시베리아에서 두루미가 5개월 동안 새끼를 기르고 가르치고 새끼가 하늘을 날아다닐 쯤, 시베리아는 혹독한 겨울이 오기 시작 합니다.

 

영하 40를 넘나드는 추위와 얼어버린 땅에서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되면 동토의 땅을 떠나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한 남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연천 중면 횡산리 임진강 망제여울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리고 지친 몸을 추스립니다. 1600km를 날아오면서 소비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동물성 먹이인 작은 물고기와 다슬기 먹습니다. 그러나 주된 먹이는 탄수화물인 낙곡입니다. 율무와 벼 낙곡은 두루미들의 가장 주요한 에너지 공급원입니다.

 

임진강 민통선내 망제여울(구 빙애여울)

 

유조에게 여울에서 동물성 먹이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두루미부부

 

하지만 두루미들의 겨울나기가 최근 들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율무와 벼 낙곡의 부족입니다. 추수가 끝나면 볏짚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커다란 마시멜로 같이 생긴 '볏짚 곤포 사일리지'가 온 논에 널려 있습니다. 축산 농가의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볏짚을 곤포사일리지로 만들어 한 개에 5만 원에 판매됩니다. 이렇게 볏짚을 거둬가게 되면 두루미가 먹는 낙곡이 많이 줄어듭니다.

 

곤포사일리지 만들기 전 볏짚을 말아놓은 모습

 

볏짚을 수거하지 않은 논과 수거한 논

 

1990년대 이전에는 농부들이 추수가 끝나면 볏짚을 그대로 깔아놓고 이듬해 농사를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두루미들은 수천 년 동안 그런 농업 환경에 적응해 낙곡을 먹어가며 연천에서 겨울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식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DMZ일원에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곳곳에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논과 밭은 인삼밭으로 변해가면서 두루미는 먹이터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연천군 중면 횡산리 DMZ일원의 인삼밭

 

율무두루미 400여마리가 매년 겨울에 도래하는, 연천군 중면 횡산리 일원은 임진강 최상류에 DMZ일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2개의 여울과 여울 주변에 자리한 10만여평의 논과, 산간에 율무 밭이 넓게 산재해 있습니다. 넓은 논과 수백만평의 밭 두루미들이 한 겨울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볏짚은 가축 사료용으로 수거해가고 율무는 연작을 할 수 없어 해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해거리 때문에 율무농사를 짓지 않고 콩을 지은 밭에 율무두루미가 찾아왔습니다. 율무두루미들은 전년도의 기억을 가지고 율무밭을 찾아왔지만 보이는 것은 콩 타작을 하고 남은 부스러기뿐입니다.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묵정밭까지 걸어 올라가 보지만 잡풀뿐입니다. 사정은 이 곳 뿐만 아닙니다. 횡산리 이곳저곳 콩밭만 가득합니다.

 

2015년 10월 경작한 율무밭

2016년 경작하지 않은 율무밭

 

환경부는 지난 2002년부터 겨울 철새의 먹이 확보를 위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논에 볏짚을 그대로 두게 하고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볏짚존치'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연천은 2013년부터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임진강 일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민통선내에 자리하고 있는 두루미 먹이터인 횡산리 10만평의 논은 축산농가가 곤포사일리지를 만들기 위해 논 소유자와 관리계약을 체결해서 두루미들의 먹이터인 횡산리에서 볏짚존치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두루미들은 배고픔에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농가의 볏짚 수거가 계속 확산될 경우 겨울 철새의 먹이 확보는 심각한 위기에 놓일 수 있습니다.

겨울 철새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두루미는 하루 약400g(4000립중)율무낙곡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00마리의 두루미가 율무낙곡400g을 먹을 경우 하루 160kg의 율무낙곡이 필요합니다.

 

두루미의 월동 기간인 10월말부터 이듬해 3월 하순까지 5, 150일을 생각해보면 약24톤의 율무와 낙곡이 필요한 셈입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와 연천군청에서 5개월간 두루미 먹이로 뿌려주는 4톤의 먹이와 '볏짚존치' 사업은 그야말로 '푸른바다속의 좁쌀'에 불과합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그나마 같이가치와 한 땀 한 땀 보태주신 여러분들의 정성이 두루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장정의 길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연천 율무두루미를 위한 땅 한 평 사기에도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습니다.

 

201710월말 연천군 중면 임진강 최상류 망제여울에 두루미들이 유조를 데리고 돌아오게 하여 새로이 난 유조와 그들의 형제자매, 부모와 함께 임진강가에서 자유로운 삶은 가질 때, 두루미가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 문화적 풍요로움은 더욱 커져 갈 것입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DMZ 위원회 백승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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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두루미 서식지는
비무장지대와 민간인통제지역인 연천군 중면 일대의 임진강여울은 두루미와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수리부엉이, 수달, 호사비오리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또한 이 지역은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있는 지역입니다. 한탄강변에 위치한 전곡리 선사유적지와 함께 임진강에서도 수많은 구석기유물과 불탄석기 삼곶리 돌무덤과 횡산리 돌무덤이 발견되어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고있는 곳입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어우러지는 주상절리와 적벽은 유네스코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할 만큼 자연경관적인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곳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보전이 잘되어 역설적으로 분단이 준 자연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곳은
연천군 임진강 일대는 현재 큰 변화의 중간에 있습니다. 이곳은 400여 마리의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가 살고 있습니다. 두루미는 세계에 2900여 마리만 생존하는 멸종위기종으로,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이 되면 한반도로 날아와 비부장지대 일대에서 지냅니다. 지난 2007년 군남홍수조절댐이 건설되기 시작하자 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두루미 보호대책으로 댐상류 민통선지역 횡산리 일대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해마다 8톤 가량의 먹이주기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두루미 개체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2년 겨울부터 군남댐에서는 담수를 본격 시작했습니다. 이는 애초 댐 건설시부터 우려한 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와 여울을 수몰 시킬 것이므로 두루미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루미 숲을 만들어요
다행히 이곳 연천 DMZ에는 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유산으로 확보한 임야가 있습니다. 故 신중관 선생님이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과 그 일대를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하고 세계적인 생태지역으로 조성하길 바랍니다" 라는 유언으로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하신 시민유산입니다. 군남댐은 9월~5월의 갈수기 동안 물을 채울 것입니다. 이곳은 군남댐과 가까운 곳으로 두루미들이 쉼터로 이용되고 있고 수몰될 여울을 대신한 대체 서식지로서 충분한 생태적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나무를 심고 두루미의 먹이가 될 친환경 율무를 키우며 자연 서식지로 가꾸고자 합니다.

 

사진제공: 이석우 (한국내셔널트러스트 DMZ위원회)

<다음 아고라 희망해> 두루미 숲 만들기 캠페인에 서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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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꽃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익숙히 들어 온 '꽃밭'이라는 단어처럼, '꽃논'은 말 그대로 '꽃이 피는 논'을 의미합니다. 과연 꽃논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요? 요런 문제는 TV오락 프로그램인 '스펀지'에서나 다룰 법할 거라고 느끼실 겁니다. 만약 이 문제가 출제된다면 리포터가 꽃논을 수소문해서 현장을 방문하겠죠. 그리고 그 진의를 확인해서 ‘있다’와 ‘없다’로 정답 여부를 확인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과연 이름조차 생소한 꽃논이 있기나 한 걸까요?

정답은 ‘있다’입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순백색의 꽃이 피어있는 곳은 저수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논입니다. 논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미나리아재비과 수생식물 ‘매화마름’입니다. 매화마름은 매년 5월 경, 지름 1cm 미만의 순백의 꽃을 수면 가득 피워냅니다. 마치 오월의 내리는 눈(雪)을 보는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지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매화마름이라는 꽃의 존재를 이해하면,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꽃논’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화마름으로 인해 ‘꽃논’이라는 새로운 낱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따라서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우리말로 머지않아 ‘꽃논’을 국어사전에 등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뜻풀이에 ‘강화도 및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 4~5월 멸종위기식물 매화마름 꽃이 피는 논’이라 기록된 걸 확인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매화마름이 피는 꽃논은 몇 가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첫번째는 2000년 출범한 한국내셔널트러스가 시민성금으로 2002년 매입한 첫번째 자산입니다. 그리고 매화마름 보전을 반대하던 지역주민을 설득하여 매화마름 보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매화마름’이라는 특허를 출원하게 되고 강화도 초지리의 매화마름 서식지에서 최초의 친환경농법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쌀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농민들로부터 일반 수매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수매합니다. 결국 멸종위기식물 매화마름으로 인해 지역의 농민들도 이익을 얻게 되는 거지요.

 

 

 


 

또 하나의 특이한 이력은 2008년 논으로서는 세계최초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정당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람사르 습지였을 정도로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멸종위기식물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루려는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람사르 습지에서 생산된 쌀을 판매하는 작업은 물론이고, 이제는 그 품목역시 다양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매화마름쌀을 이용해 생산한 것이 바로 ‘매화마름 호랑이 막걸리’라는 제품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멸종위기동물인 호랑이와 쌀이 생산되는 곳에서 자라는 멸종위기식물 매화마름을 착안해서 생산한 제품입니다.

 

 

 

 

멸종위기식물 보전에 회의적이었던 지역주민들도 이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농사에 해가되는 잡초로 알았던 천덕꾸러기 매화마름이 마을사람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최근, 멸종위기식물을 통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공존의 시도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매화마름 서식지의 확산을 위해 시도한 유기농업이 그 기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매화마름 서식지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로 제초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료를 사용하더라도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했지요. 그런데 논의 제초작업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제초작업을 담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령화된 농촌에서 무더운 여름, 뜨거운 뙤약볕에서 어르신들이 제초작업을 직접 하시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일입니다. 마을에서는 매화마름 보전과 유기농도 좋지만 제초작업의 어려움을 들어 유기농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지역주민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시민들에게 매화마름 서식지를 분양해서 보전하게 하는 ‘꽃논 사랑’이라는 멸종위기식물 보전 캠페인입니다. ‘꽃논 사랑’ 캠페인은 매화마름이 서식하는 논의 일정 면적을 시민들이 분양받아, 매화마름보전과 유기농을 실현되도록 후원하는 활동입니다. 보통 매화마름 서식지 한평 당, 제초작업과 유기농 쌀의 생산 소요되는 비용은 약 5천원 정도입니다. 그래서 기본 면적을 6평으로 환산해서 3만원의 분양비용을 후원받고 유기농으로 매화마름 서식지를 보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이참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매화마름 서식면적의 확산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민들께서 꽃논 사랑을 후원하시면, 지속적인 자원봉사자 및 일손을 모집하여 매화마름 군락지의 제초작업에 주민들과 협력해 나가게 됩니다. 그럼, 더 많은 분들이 매화마름 보전에 동참하실 것이고 멸종위기식물의 서식지는 더 확산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분양받으신 시민들께 논에서 서식하는 매화마름을 실제로 떼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후원하신 당해에 6평의 면적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쌀(약 5kg/1포)을 보내드리며,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여 연말 정산에서 세제혜택을 얻으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꽃논 사랑] 후원하기



‘꽃논 사랑’ 캠페인은 우리가 소중하게 가꿔야 할 자연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다목적 성격의 캠페인입니다. 매화마름이 안전하게 서식하는 환경은 다양한 생명체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매화마름이 서식하는 논에는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등 수많은 생명체들의 터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매화마름이 서식하는 곳은 종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의미겠죠.

뿐만 아니라, 생명력을 잃고 있던 농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역주민이 멸종위기식물 보전에 스스로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의 미래세대가 지역과 세대 그리고 빈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자연환경을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됩니다.

 

 

 

 

 

‘꽃논 사랑’ 캠페인을 통해 내셔널트러스트는 ‘보전’이 지역의 ‘낙후’라는 지금까지의 상식을 점차 해소해 나가겠습니다. 아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지름 1cm 미만의 작은 꽃이 만들어 낸 마법과 같은 세상의 첫걸음을 ‘꽃논 사랑’이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홀로 있으면 너무 작아 눈에 띄기 조차 어려운 꽃 매화마름.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작은 매화마름꽃 한 송이가 되어 준다면, 작은 꽃이 만드는 마법같은 세상은 결코 상상속에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멸종위기식물 보전을 위해 마음 속에 예쁜 꽃논 몇 평 가꿔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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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식물 매화마름이 만개하는 오월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분은 그리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분이 아닙니다. 가끔 스스로 조작과 편집까지 가능한 기억이, 매년 오월이면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정도입니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사람을 말입니다.



신중관 선생님. 1944년 황해도 옹진군이 고향인 실향민입니다. 1951년 1․4후퇴 당시,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으로 고향집 울타리에 자두씨앗을 심고 남하하신 분입니다.



분단이 고착되고 고향에 돌아갈 희망이 사라지자, 이 분의 꿈은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박봉의 교사생활에서 급여의 대부분을 저축합니다. 그리고 비무장지대 일대에 숲을 사들여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고향이 그리운 마음에, 고향이 빤히 보이는 백룡도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자원하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7년, 본인이 가꾸어 오던 비무장지대 일대 임야를 영구보전하기 위하여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합니다. 기증하는 자리에서 ‘분단의 역사와 소중한 자연 환경이 미래세대까지 영원히 보전하기를 희망한다‘라고 소회를 밝히셨지요.


선생님의 우리나라와 자연을 아끼는 마음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3년 가까이 흐른 세월, 얼마 전, 우연히 한 장의 이미지를 보게 됐습니다. 인천시민에게 유일한 녹지공간인 계양산에 건설 예정이었던 골프장을 저지하기 위해 릴레이 농성에 참여한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신문의 지면으로 롯데그룹 회장님께 골프장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쓰시기도 했지요.

 



선생님과의 마지막 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세상을 떠나시기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저는 그 전날, 생님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에서 초등학생들과 관찰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탓에 선생님의 목소리를 좀처럼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아이들을 향해 미간을 구겨가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어보지만 쉽게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혀는 하루 전보다 더 굳어 계신 듯 했습니다. 다만 “가족들과 상의해서 내 뜻대로 되었다.”라는 알 수 없는 말씀이라든가, 통화 말미에 당부하셨던 ‘건강’과 “내셔널트러스트일이 잘 되도록 노력해달라.”는 짤막한 내용정도가 기억의 전부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주의를 기울여 말씀을 듣지 못한 제가 참 무심하게 생각됩니다. 저는 그게 설마 선생님과의 마지막 통화일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간암 말기라고 하셨지만, 하루 전까지 눕지도 않고 꼿꼿하게 앉아서 말씀하셨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역시 멸종위기식물 매화마름 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꽉막힌 도로 위에서 선생님의 부음을 알리는 짥막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오월에 내리는 비치고,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2009년 5월 15일. 선생님은 향년 66세로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비오는 일요일, 선생님을 조문하러 가는 길에 그날의 마지막 통화와 통화 당시 주변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립니다. 마지막 쇠잔한 기력을 다해 얼굴도 보이지 않는 제게, 우리의 미래를 염려하셨던 선생님을 생각하며 죄책감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이와 죽음을 맞는 이의 양상이 어쩌면 이처럼 이질적일 수 있을까.’ 하는 잔인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죽음을 앞둔 이 앞에서 살아가는 이의 이기적이고 무덤덤한 태도가 아프게 다가옵니다. 마치 서로 다른 양면을 가지고 예리하게 날을 벼르고 있는 칼날처럼 섬뜩합니다. 하지만 당시 선생님의 임종을 예상하지 못한 것과 같이, 삶과 죽음의 이질적인 면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듯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살아오신 삶을 “지긋지긋한 가난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병문안에서도 1․4후퇴 때 피난민촌을 언급하시면서도 그 말씀을 하셨지요. 임종을 불과 며칠 앞두고도 배고픔과 가난의 한은 쉽사리 선생님의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해방이 되던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 세대와 신중관 선생님처럼 그 언저리에 태어나신 분들은 우리시대‘불행아’의 대표적 코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중관 선생님은 그 시대 분들의 치열한 삶의 의식이 다다를 수 있는 최종 도착지점을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 삶의 단면을 통해 지금의 시대가 어떠한 가치를 향해 흘러가고 있고, 인간의 의식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 지 엿보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날마다... 우리의 자연을 위해... 기도합니다...”


선생님께서 마지막 만남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선생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드리시라.’라고 권하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아, 그건 내가 싫어.... 그건...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고...”

 

그 짧은 대답에서 그동안 선생님은 어떤 태도로 살아오셨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랫목의 지갑 속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내어 ‘가는 길에 점심이라도 드시라.’며 제게 건네십니다. 한사코 거절하면 문을 나서던 저를 현관까지 배웅하셨던 선생님. 저는 정말 그게 선생님과의 마지막 모습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선생님의 장례를 치르고 사무실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뜻밖에도 신중관 선생님의 자제분이었습니다. 자제분은 신중관 선생님의 마지막 유언을 전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약소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유산을 처리하여 활동했던 환경단체에 기증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7살이던 1․4후퇴 당시, 고향집 울타리에 자두씨앗을 심고 남하했던 것을 계기로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 꿈이었다는 신중관 선생님.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故신중관 선생님께서 염원해 오신 ‘자두씨앗을 심은 소년의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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